[여의도풍향계] 이기면 승천, 지면 하천…정치1번지 종로 뭐길래

2020-01-12 3

[여의도풍향계] 이기면 승천, 지면 하천…정치1번지 종로 뭐길래
[명품리포트 맥]

총선 때마다 대권 주자 간 빅매치가 벌어진 정치 1번지 종로.

이번 총선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종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거나 마련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땅으로 불립니다.

승자는 잠룡이 돼 대권 가도를 열게 되고, 반대로 패자는 대권의 길이 영영 막히는 무덤이 되기도 합니다.

종로가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해진 이유와 그 상징성은 무엇일까요?

종로는 조선시대 궁궐이 있던 땅.

지금도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부터 정부 청사가 몰려있는 그야 말로 대한민국 수도의 심장부입니다.

대대로 양반이 산다는 터라는 인식이 말해주듯 전통적 성향은 보수로 분류됩니다.

현재는 민주당 소속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현역의원으로 있지만, 정 의원 이전에는 한국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88년 13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는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이 기간 국민회의 노무현 후보가 98년 금배지를 달긴 했지만 총선이 아닌 보궐선거였습니다.

종로가 정치 1번지의 면모를 과시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북에서 올라온 정세균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은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꺾으면서입니다.

정세균 의원은 4년 뒤엔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권의 대권주자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킵니다.

종로는 앞서 보신대로 많은 정치 거물을 배출했습니다.

종로에서 금배지를 단 전직 대통령만 해도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세명에 이릅니다.

내각제였던 제2공화국의 총리 장면과 첫 여성 야당 당수인 박순천, 해방 후 정계의 거목 정일형과 그의 아들인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도 종로가 배출한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패자에겐 헤어나기 힘든 수렁이 됐습니다.

18대 총선에서 종로 토박이인 박진에게 패한 손학규, 19대 홍사덕, 20대 오세훈까지 종로에서 패배한 이들은 모두 대권의 꿈을 접거나 2선으로 후퇴해야 했습니다.

종로 대결의 승자는 용의 입지를 다지지만 패자는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됩니다.

어떤 후보가 나오든 사생결단의 혈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정세균 의원이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가운데 종로는 이번에도 잠룡의 대결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민주당에선 이낙연 국무총리를,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의 출전이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종로, 이번에 광진 이런 데는 불출마하니까…"

이 총리 입장에서도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려면 종로 출마가 가장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가지 않는가. 그런 느낌입니다."

황 대표와의 종로 맞대결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는 것 아닙니까."

한국당 내에서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가 어디를 택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종로인데, 황 대표는 험지보다 더 한 험지도 가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인 상태입니다.

"저부터 험지로 가겠습니다. 우리 당에 뜻있는 모든 의원들, 모든 동지들이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습니다."

황 대표는 첫 의원 배지에 도전하는 신인이지만 여론조사상 선두인 이 총리를 꺾는다면 정권탈환의 기대감과 대세론을 확산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은 선거 전략을 짜면서 판세와 승패를 좌우할 종로에 누구를 심느냐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이낙연, 황교안 두 사람 앞에는 종로로 출마해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할지, 아니면 정면대결을 피해 다른 지역구로 출마할지, 그것도 아니면 안전한 비례대표로 갈지 여러 선택지가 놓여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맞대결이 성사돼 패하는 사람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한지이 기자. (hanj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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